[ No Description ]
「광화사」는 1935년 12월 『야담』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배따라기」와 유사한 액자형식의 단편소설이다. 액자 속의 이야기를 끌어내게 된 계기는 산책길의 인왕산에서 마주치게 된 동굴과 샘물이다. 동굴은 음모‧살륙 등을 연상하게 하고, 샘물은 맑고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는 상징물이다,. 소설 속의 소설가인 ‘여(余)’는 소설의 소재로서 후자를 택하고 있다. 이 점에서 「광화사」는 김동인의 미에 대한 인식 태도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신라 때의 화거 솔거의 이름을 딴 세종 때의 화가 솔거는 몹시 추악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한 그는 산중의 오두막에서 홀로 30년을 살아놨다. 그는 절세 미녀였던 그의 어머니의 모습을 화폭에 재현하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었다. 어느날, 솔거는 시냇가에서 소셩 처녀는 발견한다. 화공은 그녀를 모델로하여 자신이 그엏게 염원하던 미인도를 완성시킬 수 있지만 다만 한가지 미인의 눈을 그려넣을 수 없었다. 절망한 화공은 소경 처녀를 목졸라 죽이는데 이 때 몸부림 치는 처녀의 서슬에 벼루가 뒤짚어져 먹물이 그림에 튀킨다. 화공의 발심때문이었을까? 그림에 튀긴 먹물은 절묘하게 미인의 눈을 완성해 놓았다. 결국 미쳐버린 솔거는 그림을 등에지고 방황하다가 눈보라 속에서 얼어 죽는다.
「광화사」의 주인공인 화공 솔거는 아름다움, 곧 미의 극치인 미인의 얼굴을 그리려 한다. 하지만 미의 극치는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환상을 추구하는 주인공 솔거는 자신의 예술적 성취를 위해 광기에 가까운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획득하지 못한 데서 생의 비극을 찾고 있다.
인간의 삶의 초월한 순수한 아름다움의 추구와 좌절, 이것은 액자 속의 화공이 추구한 꿈이자 작가 김동인의 소설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인이 이처럼 개인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비극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들의 생애에 집착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김동인에게는 ‘잘못된 현실’과는 다른 질서를 가진 그 무엇이 요구되는데, 그것은 「광화사」에서 잘 드러나듯이 예술이었다. 이와 같은 작가의 절대미 추구로 인하여 유미주의적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 위키독 -